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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신이 준 선물이라고 말하는 이유

명도복지관 2012-08-20 16:03:08 조회수 3,297
어느 모임에서 ‘장애가 무엇인가’라는 토론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물음에 나는 순간적으로 장애는 신이 나에게 준 선물이라고 답했다.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왜 당돌하게도 그렇게 말했을까? 누군가에게 장애는 신이 준 벌이라고 할 만큼 무거운 짐일 수도 있을 텐데, 나의 이 답변이 가벼운 객기라면 그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변명이든 증명이든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때는 장애가 무겁디 무거운 짐이었을 때가 있었다. 대소변 조절이 안 되서 침대를 적신 적이 수도 없이 많고, 안쓰러워하는 어머니를 밖에 두고 문을 잠그고 뜨거운 눈물을 흘린 적도 있고, 몇 년 만 살고 죽자는 결심을 한 적도 있었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힘든 시간이 흐르고 나니 몸에 적응이 되어가고, 차차 장애로 인해 접하지 못했던 자연의 작은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다. 창으로 비친 하늘의 아름다움과 아스팔트 틈으로 자라난 잡초의 생명력을 볼 수 있는 눈을 떴을 때, 삶에 대한 의지가 일어났다.

사고가 나기 전에는 워낙 건강한 몸이었던 터라, 이 육체가 나를 이루는 가장 주요한 틀인 줄 알았다. 하지만 육체에 대한 기대가 무너졌으니, 자연히 영적인 것에 관심이 쏠렸다.

제한된 몸으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책이었으니 영적인 책들을 탐독해 나갔다.

하지만 책이 길은 아니었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달이 아닌 것처럼 책은 가는 길을 알려줄 뿐 길을 가는 것은 아니었다. 책에서 본 이론을 실제 접해 보지 않으면 이론가가 될 뿐이었다.

우연히 명상에 관한 한 책을 보았고, 그 책에서 가르치는 명상을 실제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 가르침은 철저한 채식을 해야 했고, 하루에 2시간 반을 명상해야 하는 조건이 있었다. 그때가 1993년 이었으니 채식이라는 말조차 생소한 때였다.

하지만 내게 중요한 것은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었고, 내 판단은 그것이 옳은 길이었다.

가족의 심한 반대를 이겨내야 했고, 지하철을 타고 1시간이 넘는 거리를 가야 했했을 뿐더러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건물을 올라가야 했다.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몸(나는 척수장애 1급이다)이기에 그것은 너무나 큰 도전이었다.

행여나 자식의 몸이 상할까봐 눈물을 흘리면서까지 반대하시는 어머니의 뜻을 거스르고, 가족과 따로 식사를 하면서까지 채식을 시작했다. 특히 장애인 편의 시설이 전무한 지하철(그때는 휠체어리프트도, 엘리베이터도 없었다)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지하철을 타고 다니고, 5층 건물은 명상단체 사람들에게 업혀서 올라갔다.

한 4년을 그렇게 다녔다.

모든 것이 적응되고, 지나는 사람들에게 부탁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을 때 지하철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웃음을 나누고,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되고, 백화점에서 주기적으로 하는 전시회를 관람하는 즐거움과 시장통을 지날 때 하는 저렴한 쇼핑의 기쁨을 알게 되었다.

무표정한 사람들의 마음속 한 구석에는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사랑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때로 불편한 눈빛과 말을 통해 나에게 돌아오는 비수는 스스로 만드는 상처일 뿐이며, 그 치료자 또한 나 자신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장애를 통해 영적인 것에 눈을 뜨게 되었고, 나는 장애를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고, 나는 장애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었고, 나는 장애를 통해 사랑하는 마음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나는 장애인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나는 장애인이기 때문에 조금만 뛰어나도 더 큰 칭찬을 들을 수 있고, 장애인이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나를 통해 위안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자립도 해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하고, 직업도 구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얻더라도, 내 마음에 부정적인 것으로 꽉 차 있다면 행복해지기 어려울 것이다.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것보다 먼저 긍정적인 것을 보는 눈, 아름다운 것을 보는 눈, 사랑을 배우는 것을 먼저 해야 할 것이다.

사랑은 모든 것의 근원이고, 사랑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다.

*이 글은 부산에 사는 독자 허용호 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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